전일의학의 이해를 위한 2편을 시작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철학을 이해하게 되면 그 사상과 주요 내용이 쉽게 접근이 되어 다양한 의학 체계에서 전일의학을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선 현대의학이 철학적 체계를 이해해 본다.
서양의학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1990년대부터 인문학적 전통의 대체의학이 유행하기 시작하여 세계적 붐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세계 의료 시장에서 30 ~ 40%의 환자들만이 서양의학, 즉 현대의학을 따르고 나머지는 대체의학을 찾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이런 위기에도 불구하고 응급처치, 질병의 정밀한 진단, 봉합 및 장기이식과 같은 외과적 수술을 통한 치료에는 장점을 갖지만, 알레르기, 고혈압,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는 취약하다. 반면 대체의학은 현대의학이 장점을 갖는 치료에서는 취약하고 현대의학이 취약성을 보이는 치료에는 장점을 갖는다. 따라서 인간의 질병 치료가 나은 방식으로 개선되어 질병으로 저하된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두 의학이 통합된 전일의학이 필요하다.
" 세계 의료 시장에서 30 ~ 40%의 환자들만이 현대의학을 따르고 나머지는 대체의학을 찾고 있다. "
- 세계보건기구(WHO)
현대의학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세계 각국의 전통의학과 민간요법은 비과학적이라는 이름하에 주변의학 혹은 사이비 의학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1971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대 그 방문단들이 목격한 동양의학의 일부인 침술에 의한 마취 수술을 계기로 동양의 다른 의학들이 미국에 소개되면서 1970년대부터 현대의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체의학'이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대체의학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현대의학에 의해 한때 사이비의학, 주변의학이라 불리던 의학들이 이제 바로 그 현대의학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대체의학이라 불리게 된 것은 '현대의학의 위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체의학은 통일된 이론과 하나의 체계적인 시술을 가지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종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그 공통점은 대체의학이라는 용어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단순히 약물, 외과수술 또는 질환의 치료를 위한 다른 정통적인 의학적 절차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과 치료에 대한 접근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라는 점이다. 이러한 대체의학은 대부분 인간 삶의 지혜의 산물로서 인문학적 전통을 가지며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데 비해, 현대의학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듬해 파리에서 태동했고, 그 뿌리는 르네 데카르트(1596-1650) 철학에 소급된다. 따라서 현대의학의 장단점, 특히 그 위기의 근본 성격을 이해하자면 근대의 객관적 학문의 이념을 기초 놓은 데카르트 철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의 철학의 핵심은 "심신이원론"이다. 그것은 그의 철학의 출발점이자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의 수학적 자연인식의 결과로 세계는 “자연과 영혼의 세계로 이분돼 있음”을 보았다. 객관주의의 이러한 이원론적 세계관에 대한 철학적 표현이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이다. 이 이원론의 골자는 정신은 목적론적 활동을 하는 사유실체이고, 물체는 물리인과성에 지배되는 기계적 운동을 하는 연장 실체라는 점이다. 정신의 본질은 사유로서 물체의 본질인 연장과 다르기 때문에 정신은 물체의 존재 방식을 취하지 않으며, 이에 데카르트의 이원론에는 정신의 자연화에로의 길이 허용돼 있지 않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에서 예비된 실증주의적 학문의 이념에 따른 유물론적, 결정론적, 환원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데서 유래한다. 이 세계관에 의하면 “삶은 물질의 존재의 한 형식이며, 모든 삶의 과정들은 일정한 법칙들에 지배된다. 학문의 과제는 각 삶의 과정들을 설명하고 기술하며, 관련 법칙들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의 주제이다. 모든 생물학적 체계를 화학과 물리학의 언어로 기술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그러한 체계가 과학적 탐구의 주제인 것은 실제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물학적 유기체, 즉 생화학적 속성들의 총합으로서 인간은 데카르트가 지적했듯이 기계이다. 이제 현대의학은 인간을 기계적 생명체로 보는 생의학적 모델을 취한다. 이에 현대의학에서 인간은 사실학인 생물학의 대상이다. 인간이 살아있는 복잡한 기계로서 생물학의 대상이 됨에 따라 현대의학은 그 복잡한 기계를 단순한 요소들로 분석 또는 환원한다.
" 현대의학은 인간을 기계적 생명체로 보는 생의학적 모델을 취한다. 이에 현대의학에서 인간은 사실학인 생물학의 대상이다. 인간이 살아있는 복잡한 기계로서 생물학의 대상이 됨에 따라 현대의학은 그 복잡한 기계를 단순한 요소들로 분석 또는 환원한다. "
이에 현대의학에는 두 개의 핵심적인 특성, 즉 환자를 생물학적-생리학적 대상으로 환원하는 객관화와 그 대상을 다양한 의학적 특성들로 나누는 특수화가 야기된다. 이제 의사는 과학자가 되었고, 환자는 기계에 의해 그 몸이 측정되고 검사되면서 카드 색인처럼 조립되는 생물 학적 데이터의 총합으로 고찰되며, 이로써 의료의 본질적 특성인 의학적 실천, 즉 의사와 환자의 인격적인 만남이 무력화되어 환자는 한갓 고장 난 기계로 다뤄지고 인격적 인간으로 존중되지 않는다.
물론 현대의학은 인체를 기계로 봄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정신은 자연화된 정신인데, 이것은 자기 밖의 자연적 실재성, 즉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생물학적 범주인 두뇌에 기초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자기 스스로 존립하고 자립할 수 없으며, 생명 없는 자연의 과정으로서 생물학 또는 물리학의 대상이다. 따라서 그것은 실천적 행위로 구성되는 인간의 생활세계의 모든 관계들의 중심일 수 없다. 이 정신에는 생동하는 참 생명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의학이 신성시하는 것은 생명적인 것이 아니라 기계적 과정들이며,” “현대의학은 건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의학은 인간 삶의 표현인 생활세계의 생명에 기초해 있지 않기 때문에 생의학적 지식에 따라 객관적으로 진단된 질병(disease)을 다룰 수 있을 뿐 환자가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질환(illness)을 다룰 수 없고, 생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물리적 통증(pain)을 다룰 수 있을 뿐 환자가 생활환경에서 체험하는 주관적 고통(suffering)을 다룰 수 없다. 현대의학의 그러한 위기는 학문들의 이념이 실증주의적으로 제한되어 사실 인간만을 양성하는 현대 학문들의 위기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위기의 최첨단 형태이다
현대의학은 객관적으로 진단된 질병을 다룰 뿐
환자가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질환을 다룰 수 없고,
현대의학은 생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물리적 통증을 다룰 뿐,
환자의 생활환경에서 체험하는 주관적 고통을 다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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